싱그럽게 봄의 새싹들이 돋아나는가. 했더니 어느새 3월은 지나가고 벌써 4월의 2째주 일요일 요 며칠 날씨는 섭씨28~29도의 초여름 날씨다 오늘 대구의 예상기온은 섭씨29도 온통 산과 들에는 울긋불긋 피어난 각종의 꽃들이 눈부시게 현란하다 이때쯤이면 사람들의 코끝은 봄 향기에 취해 어지럼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싱그러움과 꽃들이 유혹하는 계절 오늘 대구에서 2011년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 기 위하여 열리는 두 번째 국제마라톤 대회 날이다. 우승 상금 80.000불. 준우승40.000불 3위25.000불 순위대로 10위까지 차등 상금이 걸려있다 그러기에 각국의 건각들이 많이들 모여든다. 유독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지만 케냐 선수가 단연 으뜸이다 이런 큰 대회에는 전국의 마라톤 동호인은 바람난 봄 처녀 마냥 몰려들기 마련. 우리의 동호회에서도 아침7시 전세 버스로 대구 경기장에 45명이 하차를 했다 먼저온 마라도너들이 구름처럼 운집해 있고 이 시간에도 각지의 수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만3천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이 한자리에 모이니 부스와 유니폼의 색깔도 각양각색이고 선수들의 다양한 모자 까지 함게 어울리니 야생화가 핀 초원보다도 더 아름답다 풀코스 주자는 4.000 여명 08시10분 출발이란다. 출발 대기선 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동행한 가족및 친구들이 연신 기념 플래시를 터뜨린다. 9.000명의 10km 주자는 풀코스 주자가 출발한 20분후 출발이다
탕탕! 폭죽과 굉음이 울려 퍼지고 2009개의 풍선이 하늘 높이 두둥실 날아오른다. 봇물이 터지듯 우르르 빠져 나가는 모습이 수문을 열고 방류하는 댐의 물줄기다. 처음은 우르르 몰려 뛰쳐 나가지만 2km쯤 지나니 대열은 정돈되고 그 행렬은 10여리. 형태는 웅비 하는 한 마리의 용이고 대열의 꿈틀거림은 지축을 흔들어 놓는다. 처음 10km는 54분으로 통과했고 현재 기온은 달리기엔 별 지장이 없다 20km는 1시간48분대로 통과하며 당초 계획대로 맞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면 오늘도 섭~4.근데 오늘은 페메 하기로 약속한 동료가 있다. 그 동료는 산행에서는 내가 부러워하는 산 다람쥐 울 클럽의 등산 대장이다 10시가 지나니 기온이 조금씩 올라간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동료는 작년에 이곳에서 10km를 달려 보았고 풀은 처음이란다. 산행은 썹~3 주자와도 겨눌 자신이 있는데 마라톤은 다른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깜짝 놀랐다 나는 그가 풀 경험은 많지만 페이스 조절이 안 되는 것으로만 알고 페메를 자청했다 산행 근육과 마라톤 근육이 다른 것 같다고 하며 몇 번이고 긴급 의료진(스프레이)요청이다 나의 어설픈 판단이 처음부터 그에게 오버 페이스를 시켰고 무리를 감행하게 만든 것이다 . 이러면 둘다 오늘 대회를 망칠수있다. 어쩔까? 미안하지만 지금 결딴을 내려야 한다. 천천히 몸이 시키는 대로 맞추며 달리고 오세요. 매정한 인사말을 남기고 주춤거린 시간만큼 냅다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춤거린 만큼 오버 페이스를 하며 30km쯤 왔을 때 기록이 엇비슷한 동료들을 만났다 마라톤이란 비슷한 기록의 보유자는 참가 대회 때마다 주로에서 밉든 곱든 승부가 끝날 때 까지 늘 만나게 된다, 우리가 빚쟁이 관계였다면 어쨌을까 터무니 없는 공상을 해보고 괜히 머쓱해진다 서로가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만나면 저 친구 또하며 내심 반가워 진다 30~40km: 11시~12시 기온은 차츰 올라가고 몸속의 기운도 빠질 만큼 빠져 나갔다 지금 부터 자신과의 싸움이다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다리의 무게도 천근만근. 어찌 나만 그럴까 다들 죽을 지경일 게다 기록은 물 건너갔고 맞수들의 우정 어린 경쟁이 막판으로 갈수록 치열해 진다 지금은 10m만 뒤쳐져도 따라갈 힘이 없다 40km이후~ 2km남짓 남은 거리는 마지막 인내의 한계점이다. 젖 먹든 힘까지 동원한다. 최선을 다하며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을 쏟아 붇는다. 쥐어짜고 밀어 붙이니 앞서가는 50명이 이제야 길을 내준다.
마지막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언덕배기가 참으로 힘겹다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가고 났어. 나도몰래 습관처럼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운동장 안쪽은 100m만 더 달리면 된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 할 때는 온몸은 소금으로 얼룩지고 모자 밑으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고통과 번뇌의 댓가를 지불하고 살아온 삶이 이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짧고도 긴 4시간7분 27초 인생의 삶에서는 찰나 같은 시간이다 나는 이 레이스에서 나의 삶이 녹아 있는 것을 보았다. 세상엔 편안한 공짜가 없다는 진리를 뼈 속 깊이 터득 하면서. 그리고 삶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겐 마라톤 풀을 한번 해보라고 조언해 줄 것이다
***** 추신: 이날 같은 레이스를 우리들과 함께 달린 한국의 지영준 선수가 이봉주 선수 은퇴 후 세계의 철각들과 당당히 겨루워 1위로(2:8:30) 골인 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같은 마라토너로써 너무나도 기뻤답니다! 힘차게 달려라!! 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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