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게시판에 71차 설악산 정기산행이 예시된다. 늘 다니는 산행이지만 설악 산행은 언제나 맘이 설래는 곳 집사람도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클럽 산행이라 엄두를 못 낸다. 울 클럽은 풀코스 완주 자에 한해서만 가입이 허락된다. 그렇기에 대부분 울트라주자들 100km는 예사고 심지어 국토 종(강화~강릉302km) 횡단(부산~망배단537km)을 하는 주자들도 많다 일반 날고뛰는 산대장도 못 따라 간다는 걸 알고 있는 집사람 가고는 싶지만 감히 엄두를 못 낸다. 망설이는 집사람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 클럽사람들은 오색부터 대청봉~봉정암~백담사로 내려 올 계획이다 역으로 우린 용대리~백담사~봉정암으로 가다가 일행을 만나면 만나는 그 지점서 되돌아온다는 목표로 잡고 가자고 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날만 잡으면 비라 했든가 한 달 내내 멀쩡하든 날이 이틀 전부터 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다 출발당일 오후 4시경 속초 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비가 엄청 내린단다. 비가 많이 오면 입산금지, 그러면 말짱 도루묵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울 클럽엔 악천후는 없다 계획표가 짜지면 그대로 움직인다. 무박산행,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22시버스는 설악산을 향해 출발하고있다 빗줄기는 지역 따라 강했다 약했다를 반복하며 쉼 없이 내리고 있고 03시40분에 양양 오색에 도착했을 때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우의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망설임 없이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이 꺼림직 하다며 포기한 동료 1명과 2집의 부부 팀, 이들을 빼고 나면 다들 숙달 된 조교들, 텅 빈 버스 안 달랑 5명을 태운 버스는 미시령 터널을 지나고 회귀점 용대리에 멈춘 시간은 04시20분 백담사로 가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휩싸여있고 우린 랜턴에 의존하며 산길 오르는데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가 정적을 깬다, 새벽 찬 공기는 한기를 느끼게 한다. 어둠이 걷히면서 물안개에 덥힌 개울물, 개울물이라기보다 성난 파도처럼 거센 물살이다 용솟음치는 물살은 거대한 바위라도 밀어낼 듯 물살은 바위를 깎아 기암괴석을 만들어 놓았다 운무로 덥힌 10월 첫 주의 설악은 옅은 화장을 하고 곱게 물들고 있다 2시간을 걸었을까? 실비를 맞고 있는 백담사를 만났다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라는 주례의 당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의 열차는 우릴 언제여기까지 실어다놓았는지 그 열차 참 빠르다 팽팽했든 그 얼굴은 세월의 흔적 속에 이목구비엔 잔주름을 만들어 놓고 숭숭 빠진 덧칠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걷고 있는 옆지기의 뒷모습이 작고 초라하다. 무심한 세월 함께 살아온 40여년. 나도 모르게 오늘따라 미안하고 고마운 맘이 가슴으로 베여온다 백담사 경내는 만해 한용운선생의 생전모습이 이곳저곳에 베여있는데 “인도엔 간디가 있다면 조선엔 만해가 있다.” 는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곳 백담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렀다는 것은 참 아이로니컬 (ironical)하다
백담사~봉정암 11km라는 안내 푯말이 붙어있다 봉정암을 향해 부지런히 오르고 있는데 중간에서 하산하고 있는 울 일행을 만났다 비바람이 불어 되는 악천후에도 설악종주를5시간 만에 끝내고 하산하는 산악 마라톤 팀 봉정암을 향해 더올라가고는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집사람과 함께 봉정암 산행은 여기서 접고 하산을 서둘 수밖에
속초 친구부부가 1시경 용대리버스정류장으로 찾아왔다, 친구의 고향은 평안도진남포고 평양서 피난 온 친구다, 소싯적 학교를 같이 다녔고 의기도 투합했든 절친한 친구다, 30대중반에 속초에 잠간 들릴 듯 갔었는데 지금은 그곳 교회서 장로로 일 하고있다 부산으로 내려가려면 2시간의 여유가 있다, 한계령에 조용한 송어횟집이 있다기에 그곳서소주잔을 마주하며 이런저런 옛 이야기를 나누지만 2시간의 만남으론 너무도 아쉬웠다, 그러나 일어서야하는 시간. “가끔은 부산도 가야되는데 미안하다 친구” 아쉬워하는 친구 “지났지만 어쩌겠나.” ‘네 손자가 내 손자 안인가’ ‘돌 선물이라 싸주게’ 하며 봉투를 건넨다. 사양하지만 더 이상 사양하는 것은 예의가 안인 것 같다 “그래 고맙다 친구” ‘훗날 집사람과 함께 시간 내 꼭 한번 들릴게 그때 만나자’ 이번 설악 산행은 아쉬운 여행이었다. 아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있겠지 그래도 아쉬운 가운데 보람도 있었다. 옆지기는 나처럼 마라톤을 할 만한 체력도 나이도안이다 나야 마라톤을 한다고 젊은이들과 온천지를 다 쫒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옆지기는홀로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 놓을 순 없지만 지금이라 좀 더 유용하게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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