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후기] 식겁한 지리산 무박종주 그래도 운은 좋았다……──대회훈련후기
매년 치루는 울 클럽의 지리산 무박종주, 그런데 두 달 전 카페에 공지된 계획표에는 절정기 장마기간인 7월초다 늘 참가는 해왔지만 하필이면 절정기 장마기간이라니
일단 정해지면 어떤 악천후에도 결행하고 마는 속성을 가진 울 클럽 클럽사람들과 쏟아지는 장대비를 쫄딱 덮어쓰며 산행 해본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작년 설악산 종주 때도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무박종주를 끝냈다
장대비를 맞으며 지리산을 걷고 있는 그림이내눈앞에 자꾸만 얼렁거린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숙고를 하고 있는데 옆에선 자꾸 꼬드긴다. “애라 모르겠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그리고 모든 건 그날의 운에 맡기자”
출발 전날까지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다행이 운이 좋았든지 출발당일 비가 뚝 그친다. 7/7일 토요일 23시에 서면을 출발한 버스가 익일 새벽 2시 반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지리산성삼재의 밤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입산 허용시간은 3시30분부터 40분가량 기다리고 있는데 통제하든 근무자가 3시 10분쯤 입산을 허용한다. 랜턴에 불을 밝힌 밤도둑 같은 일행들.
뛰는 듯 걷는 듯 지리산의 새벽을 열어젖히며 힘차게 산행을 시작한다. 3시간을 걸었나. 삼도봉에 도착했다 삼도봉은 전라, 충청. 경상3도가만나는 꼭짓점 여기서부터 여명이 밝아온다
연하천서 아침을 먹고 계속 산행, 젤 선두그룹으로 나서 산행을 했다 지리산 종주 길은 울창한 숲 때문에 주의의 빼어난 경관을 볼 수없는 게 흠 팻말이 없다면 어디가 어딘 줄 모른다. 오직팻말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구경거리래야 지겹도록 앞사람 엉덩이만 바라보며 산행하는 것이 유일한 구경거리
선비샘을 지나고 칠선봉을 넘었다 영신봉정상에서 처음으로 시야가 탁 트인 웅장한 지리산을 볼 수 있었다 눈앞이 아찔한 천 길 낭떠러지 쇠말뚝을 박아 추락으로 부터 위험을 보호하고 있다 작년에 왔을 땐 운해로 뒤덮여있었다 그땐 그곳이 천상의 선녀들의 놀이턴 줄 알았다
올핸 또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 영신봉
전날 비에 씻긴 소나무 숲들이 밝은 햇살에 반사돼 녹색 윤을 뿜어내는데 참으로 가관이다 지리산 종주에서 이곳은 백미 중 백미다
세석을 지나 장터목 대피소서 배낭의 무게도 줄일 겸 점심을 먹었다 이제 천왕봉까지 남은거리는 1.5km. 오전11시를 지나고 있다 12시가 닥아 올쯤 통천 문을 지나 선두그룹 9명이 천왕봉에 발을 내디뎠다 9시간의 고행. 이제 지리산의 더 오를 곳은 없었다.
기념 컷 끝내고. 악명 높은 천왕봉~ 중산리 하산 하산길이 너무 위험타 2시간을 걸어 중산리 버스정류소 도착 오늘일정은 끝이 난다 정류소 아래에 지리산 지천인 개울물이 흐른다. 모두들 달려갔다.
땀으로 얼룩진 옷 소금에 절인 듯 한 몸뚱이 옷 입은 채로 모두들 풍덩 뛰어든다. 아! 시원타
한참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데 갑자기 물에 떠내려가는 하늬 속수무책이다
아래서 물놀이를 하든 왕태령이 엉겁결에 하늬를 붙잡지만 물살은 둘을 함께 떠내려 보낸다 돌이라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7~8m 떠내려간다. 하늘이 도왔는지 급류 속에서 겨우 물에서 빠져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닥터 김 원장; 머린 어때요 왕태령과 하늬; 고개를 흔들면서 괜찮다는 표정이다. 하늬는 몇 번 물을 먹었단다. 하늬와 왕태령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다 나; 그래 그만하기다행이요
하늬; 창백한 얼굴로 싱긋 웃는다. 나; 올해 토정비결 운세가 좋았든가 봐요. 일행들이 다들 깔깔 웃는다. 나; 토정비결에 다행히 떠내려가라는 운은 없었나 보죠.
둘 다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농담을 하던 그때
갑자기 엉덩이 밑에 깔고 있든 돌이 빠지며 내가 우당탕 물속에 떠내려간다. ‘어차 하는 순간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물에서 두 바퀴 구를 때 옆에 있든 하늬가 재빠르게 확 낚아챈다.’ ‘놀란 일행들 쏜살같이 달려든다.’ ‘잠간순간 팔목이 찢어져 피가 흐른다.’
물에 떠내려가 죽는 사람은 이렇게 죽는구나. 김 원장이 찢어진 곳에 타월로 꽉 묶으며 지혈을 시킨다. 얼마나 놀랬든지 다들 서둘러 개울서 철수했다
운 좋게 날도 멋지게 잡아 깔끔하게 산행을 끝냈다 운이 좋았기에 고만하기 다행 땀에 질린 몸도 깨끗이 씻었겠다.
피로에 지친 몸뚱이에 목젖을 적시며 술술 넘어가는 막걸리 맛은 꿀맛
4시간 후 젤 후미주자들이 들어온다. 마음 아프게 일행 중 한명이(김수명) 허리를 다쳐 대학병원에 후송을 했다나. 안타깝다 그저 쾌유를 빌 뿐이다.
살다 보면 별의별 경험을 다한다.
그런데 물에 떠내려가는 경험을 하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칫 지리산에 비석 세울 뿐 했다 2012년 지리산 무박종주는 유별난 추억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