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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回想; 10월길을 걸어면서

봉 선 화 2017. 11. 30. 21:07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가을하늘 한적한 산길중턱 세찬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이리저리 휘젓고 대롱대롱 매달린 나뭇잎들은 세월의 흐름을 견디다 못해  그만 손을 놓고 맙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에 귀 기우리며 능선에 올라 내려다본 마을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농군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은 오색 옷 갈아입고 새색시 같이 다소곳이 있으려 해도 바람은 마구심술을 부리며  춤꾼으로 몰고 갑니다


아무리 세찬 바람에도 꺾이지 않았든 억새는 군락을 이루고 올여름 내내 인고의 세월을 이긴 자의 만찬을 즐기듯 은빛 물결로 출렁이며 산 꾼들을 유혹을 합니다.


철없는 고추잠자리는 억새 사이로 이리저리 맴돌며 가을을 담고 있는 카메라가 신기한 듯 찰깍 찍으려는 손등위에 내려앉아 가을을 훔칠까봐 훼방을 하며 텅 빈 허공을 맴돌면서 희롱을 할 때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맙니다.


인적이 뜸한 가을 산을 무심으로 걸어 보세요. 세월의 흔적이 어렴프시 다가옵니다.

아픈 기억이란 털어버리고 구르는 낙엽에 소원을 적고 두 손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세요. 가슴이 탁 트이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가을을 성숙시키기 위해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계절의 시련을 겪으면서  지나왔는데  여태껏 살아온 나의 삶의 무게는 얼마큼 채워졌는지  지금이라도 남은 여백에 고운 그림 하나 그리고 싶습니다.


시근 없이 까불어 되던 철없던 시절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습니다. 높은 하늘도 찌를 수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으로 차있던 세월 이젠 그 시절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답니다.


오늘 이 산등성이에 올라 한여름 내내 땀 흘리며 열심히 일군 농군의 손길에서 누렇게 고개 숙인 벼이삭을 바라보면서 그만 회한의 눈물이 왈칵 쏟아질듯 합니다.


삶이 별건가요 후회 하지 마십시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고 최선인 것입니다 맘이 가난하면 가을도 초라합니다.

석양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넉넉한 가을입니다


파란 하늘에 잠시 걱정이란 던져버리고 구름 한 점 없는 산길 능선을 내려오면서 사랑이란 꿈 하나 가슴에 담고 나쁜 추억이랑 곱게 물던 단풍잎 석양 속에 묻고 텅 빈 배낭 안에 가을 향기를 가득 담아 화려하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답니다.


백양산; 김은찬

출처 : 부산산악마라톤클럽
글쓴이 : 백양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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